지하철이 떨고 있다… 확진자 타면 감염원 추적 ‘미궁’

입력 2020-03-11 18:36
방역업체 직원들이 11일 서울 구로역 역사를 소독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확진자가 구로역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전염된 콜센터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하철에 탑승한 확진자 동선이나 접촉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방역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개인위생만 철저히 지킨다면 지하철 이용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역총괄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지하철은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가 있음에도 접촉자를 가려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하철 내 감염관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발표를 종합하면 인천 부평구·미추홀구, 경기 김포 등에 사는 콜센터 직원 확진자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구로구 사무실을 오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확진자들이 지하철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 당국이 유독 수도권의 지하철 방역에 민감한 이유는 복잡하다. 우선 수도권은 대구보다 지하철 이용객이 많아 출퇴근 시간에 감염 위험이 높다. 여기에다 수도권 지하철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인천 전역을 아우른다. 확진자 동선이 넓을수록 지역사회 전파 속도는 빨라지고 감염원 추적은 점점 어려워진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수도권에는 역학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확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도 “중국 우한보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밀집도가 4배가량 높은 걸 감안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제한된 자원으로도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효율적인 지하철 방역을 강조한다. 모든 전동차나 역사 바닥까지 전부 소독하는 기존의 방식보단 손잡이처럼 간접 감염 가능성이 높은 부분부터 해결하자는 취지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열차 내 손잡이나 의자 등 손이 닿을 만한 곳을 소독용 솜으로 자주 닦아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역사 안에선 자동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매일 수거되는 일회용 교통카드 소독이 중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중교통 방역 대응에서 교훈을 얻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 교수는 “중국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회사는 전세버스를 이용해 지하철 사용을 줄였다”며 “또 베이징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그치지 말고 시민이 적극적으로 방역 주체가 되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소독솜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본인이 만지거나 만졌던 지하철 손잡이를 직접 닦는 식”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이용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손장욱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씻기처럼 개인위생만 잘 지켜도 얼마든지 감염 예방이 가능하다”며 “지하철 이용 시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