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막판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다. 통합당은 김 전 대표를 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키로 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순조롭지는 않다. 관건은 과거에 보수와 진보 진영을 오가며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김 전 대표에게 얼마나 강력한 권한이 주어질지 여부다.
김 전 대표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에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무슨 선대위원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으로선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 회의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방식으로는 할 수 없다. 이것 말고 다른 문제도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가 사실상 ‘김종인 원톱 선대위’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에선 김 전 대표에게 전권을 줄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표가 워낙 자기 주도로 선거를 끌고 가는 스타일”이라며 “거의 마무리된 공천 결과를 뒤집겠다고 하면 큰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가 이미 확정된 공천 결과에 손을 댈 경우 ‘물갈이 공천’의 효과를 깎아버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황 대표로부터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으면서 일부 공천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 사령탑을 맡았을 때 김 전 대표는 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시키는 등 파격적인 결정을 주도했다.
황 대표 입장에선 김 전 대표의 공천 관련 요구를 받아들일 방법도 마땅치 않다. 당 최고위가 공천 재의 요청을 할 순 있지만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과를 바꿀 수 없다.
그럼에도 통합당 내부에선 김 전 대표가 총선 승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이후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의 연대 논의 과정에서 김 전 대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황 대표와 강경 보수층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통합당의 탄핵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황 대표로선 김 전 대표 역할이 커지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은 서울 종로 선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통합당은 12일 최고위에서 김 전 대표 영입 방안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되 선거 공약과 전략, 메시지 등에 실질 권한을 쥐는 상임선대위원장은 김 전 대표에게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며 “김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날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갑 경선 결과 이성헌 전 의원이 본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이 지역 현역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과 6번째로 맞붙게 됐다. 이 전 의원은 16, 18대 총선에서 이겼고 우 의원은 17, 19, 20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김경택 김용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