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여파로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정치권 일각의 총선 연기 주장이 여전하나 6·25 전쟁 때도 총선을 연기한 전례가 없는 만큼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예정대로 치르는 것이 맞는다. 이번 선거는 이전 선거와 판이한 상황에서 치러진다. 전염병이 진행 중인 한복판에서 치러야 하는 선거여서 이전 선거처럼 임했다가는 투표율 폭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다.
투표율이 낮으면 표의 왜곡 현상이 발생해 국회를 구성하는 데 있는 그대로의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다. 전염병 때문에 꼭 해야 하는 투표를 못 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생활치료센터 또는 자가 격리 중인 코로나19 확진자에게 거소투표를 허용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한다. 거소투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투표소 투표를 할 수 없는 유권자가 자신이 머무는 병원이나 요양소 등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제도다. 오는 24부터 28일까지 5일간 구·시·군의 장에게 신고한 환자에 한해 허용했는데 이 기간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격리 규정을 어기고 투표를 하라는 건지 아니면 선거권을 포기하라는 건지 무책임하다.
일반 유권자 안전 대책도 미흡하다. 투표 중간중간 소독제로 기표소 내 물품을 닦거나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별도의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게 하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끊어서 입장시킨다는 계획이 고작이다. 이래서는 유권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너무나 당연한 이런 조치뿐 아니라 마스크를 지급하거나 투표소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제기한 드라이브 스루 투표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이미 효용성이 입증됐고, 몇몇 선진국에선 이미 실시하고 있다.
[사설]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20-03-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