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효약 ‘잠시 멈춤’의 효과

입력 2020-03-12 04:03

백신이 없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처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면역력을 높이고,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위생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첨단 과학이 발전했지만 현재 감염성 질환의 비약물적 치료 방법은 화려하지 않다.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손 씻기와 잠시 멈춤(사회적 거리두기)이다. 두 가지 방법이 사실상 특효약이며, 약물치료가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치료방법이기도 하다.

잠시 멈춤의 효과는 역사적으로도 입증됐다. 1918년 전 세계 인류 가운데 2000만~5000만명을 숨지게 한 스페인 독감 때 감염을 늦추거나 치사율을 낮춘 주효한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교회 예배, 학교 수업이 중단됐고 일터는 분산 운영됐다. 국회 일정도 연기되고, 미국 대통령 장례식도 소규모로 치러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한 도시와 미실행 도시, 실시 시점의 차이에 따라 도시 간 감염률과 치사율 차이도 생겨났다. 이후로 잠시 멈춤은 약물이 없는, 사람과 사람 간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대감염 시기에 전략적으로 택하는 방법이 됐다. 잠시 멈춤은 서로 배려하는 공간으로 대략 2m 간격 지키기, 기침 예절 지키기, 사람이 밀집한 곳 피하기, 학교와 종교단체의 군중활동 멈추기, 직장 출퇴근 유연하게 하기, 대규모 집회나 모임 멈추기를 말한다.

여러 논문을 종합해보면 잠시 멈춤의 효과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감염병 전파 확산을 차단해 감염률을 낮추고, 둘째 취약자 및 면역력이 낮은 사람을 보호해 치사율을 낮춘다. 셋째 감염이 최고치에 이르지 않게 해 전체적인 감염 고조를 낮추고, 넷째 의료진과 방역진에게 새로운 방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잠시 멈춤에 대한 자발적 시민 참여는 치료에 동참하는 것이며, 서로에게 치료자가 돼주는 일이다. 행정적 명령이 아니라 시민 참여로 이뤄진 잠시 멈춤이야말로 가장 좋은 백신이 된다. 감염병 특징은 한 개인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전염시킬 수 있는 전파력이다. 한 번의 큰 모임에 참여한 감염자는 슈퍼 전파자가 된다. 특히 노년층이나 만성 질환자에게 전염되면 치명적이다. 잠시 멈춤은 바이러스가 증식되지 않게 하는,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치료적 행위다.

김현수 명지병원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