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이 위협받는 비상상황이므로 적극적이고 강력한 예방조치가 불가피하다”라는 주장이다.
지금 온 나라는 전례 없는 감염병 확산으로 극도의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공교롭게도 그 확산이 ‘신천지’로 불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광신적 예배에서 비롯돼 신천지뿐 아니라 정통 교회 예배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부 언론은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국민이 함께 동참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큰 구멍이 교회의 예배인 양 호도한다. 이 틈을 타서 이 지사가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지사가 내세우는 긴급명령의 법적 근거는 최근 국회에서 개정된 코로나 3법 중 하나인 감염볍예방법 제49조다. 이 법은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로 돼 있다. 문언상으로 교인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가 이 법에서 말하는 ‘여러 사람의 집합’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예배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독교인의 종교자유의 핵심이다. 물론 이 지사의 말대로 종교의 자유도 무제한은 아니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부득이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침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중대형교회 대부분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시책에 따라 교회의 문을 닫고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공적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도 정부의 예방수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그 결과 일부 교회의 부목사나 교인 중에 산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우려하던 교회에서의 집단감염 조짐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던 대구지역도 이번 주에 들어 진정세가 뚜렷해져 대통령을 위시한 당국자들도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이처럼 신규확진자 감소 국면에서 이 지사가 굳이 ‘긴급’ 명령을 들먹이는 동기가 지극히 의심스럽다.
더구나 이 지사의 ‘종교집회 전면금지’는 우리나라 헌법의 최소침해원칙과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도지사가 취해야 할 감염병 예방조치는 그 대상과 지역 등을 한정하는 ‘제한조치’가 우선이다. 그런데 이 지사는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전면금지’를 하겠다니 이는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방역능력을 무시하고 한국인의 전면적 입국을 막은 일본의 조치에 분노하고 항의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아울러 이 지사의 경기도에서 종교집회 전면금지가 실시될 경우, 경기도보다 훨씬 더 큰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도 교인들만 차별적으로 예배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불평등이 초래될 것이다.
특히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이 지사가 감염법상의 일반적 예방조치를 마치 헌법이 비상시에 대통령에 부여하는 ‘긴급명령권’을 연상시키는 ‘긴급명령’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어떤 논객은 이 지사의 페이스북을 보고 “일개 도지사 따위가…”라는 논평까지 냈다.
교회는 우상숭배와 욕망으로 가득 찬 신천지 집단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누구보다 국가를 존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 교회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가적 위기에 동참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당국은 교회를 신뢰하고 상호 협력해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 만에 하나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발동해서 교회를 박해한다면 그 후폭풍은 일개 도지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헌제 명예교수 (중앙대·교회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