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사수하라”… 3차 파도 막을 방파제 설치 급하다

입력 2020-03-11 04:01

인구 2500만명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79명(10일 오후 9시 현재)이 무더기로 나왔다.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동안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 사수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우려했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방역 당국의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추가 확산을 막아내지 못하면 수도권 방역망이 뚫리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0일 방역 당국과 서울시에 따르면 구로구 코리아빌딩 11층 에이스보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 대부분은 콜센터 직원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도 일대 거주자가 다수 포함됐다. 이들의 가족(밀접접촉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일부 발생했다.

서울시는 수도권 방역망을 사수하기 위해 즉각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도권 대규모 감염 사례로 가장 큰 사안”이라며 “(코로나19 사태의) 3차 파도의 징조일지도 모른다. 감염 차단에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구로구 콜센터처럼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밀접해 근무하는 환경을 가진 모든 업체를 파악해 사전방역 등 감염관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울 120 다산콜센터 근무자의 안전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코리아빌딩은 이날 1~12층 영업시설과 사무실을 전체 폐쇄하고 방역소독을 마쳤다. 서울시는 거주지역인 13~19층 주민들의 자율적 자가격리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빌딩 앞에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주민 출입 시 발열체크를 진행하고 유증상 시 선별진료소에서 즉시 진료로 연계할 예정이다. 또 CCTV를 확인해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를 조사할 계획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 사태의 감염원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은 초발(증세가 처음 나타난) 환자로부터 이어지는 집단감염이 서울·경기도에서 발생하면서 제2, 3의 신천지와 같은 폭발적인 증폭집단으로 발전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경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형병원이 밀집한 수도권은 비교적 병실이 충분한 편이지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 대구처럼 병상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손장욱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에서 앞으로 산발적으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텐데 병원 병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생활치료센터로 확보 가능한 곳이 있는지 등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 미리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아직은 방역망 내에서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므로 기존 방식대로 접촉자를 찾고 추가 전파를 막는 건 가능하다”면서도 “서울·경기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고 사업장도 많아 가장 위험한 지역인 만큼 집단감염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오주환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