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의석 도둑맞게 생겼다”… 비례연합당 참여 굳히기

입력 2020-03-11 04:03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고심해온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의원총회를 열고 참여하는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 의총에서는 ‘명분론’을 앞세운 참여 반대 의견이 예상보다 적었다. 비례연합당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함께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비례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에서 “지금 의석을 (미래통합당에) 도둑맞게 생겼다.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비례연합당 참여 찬성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당원 투표 일시와 투표 문항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와 원혜영 송영길 홍영표 우원식 전해철 의원 등이 찬성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현 안규백 의원 등 5~6명은 독자적인 ‘비례민주당’ 창당의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설훈 김해영 박용진 조응천 의원은 발언에 나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반대 의사를 밝혔던 김부겸 김두관 김영춘 의원은 의총에 불참해 반대 의원이 소수에 그쳤다.

이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통합당과 미래한국당(통합당의 비례정당)에 10석 이상 진다는 전망 때문에 실리론이 명분론을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최대 137석,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쳐 145~147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비례연합당에 정의당이 참여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비례의석은 23~25석, 미래한국당은 17~19석이다. 정의당이 빠지면 비례연합당 19~20석, 미래한국당 17~18석, 정의당이 5석을 얻는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이 위원장은 “다른 방법이 없다. 이대로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는 게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11일 최고위원회에서 전 당원 투표에 부칠 문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투표 문항은 비례연합당 참여 찬성과 반대 중 택일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총에서 “독자 창당 찬반 여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최고위 논의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당론이 최종 결정된다.

한편 열린민주당을 창당한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왜 이름에 민주당을 썼겠느냐, 민주당을 돕자고 만든 것”이라며 비례연합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비례연합당을 가리켜 “이름을 뭐라고 하든 ‘민주당 비례전문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민주당도 비례대표 후보를 내고 (정당투표에서) 다른 당에 대한 전략투표를 북돋우고, 지역구에서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434명 명단을 발표했다. 비공개 97명을 포함하면 총 531명이 신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재철 전 MBC 사장, 정운천 의원,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원자의 부적격 조건을 보면 국론 분열과 계파 부분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유 변호사의 공천 배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가현 신재희 심희정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