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응이 시작됐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이어 리세션(불황)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직격탄을 맞은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조치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현금 지원 정책들이 다수 등장해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기 침체와 실업 대응을 위해 연금 수령자, 실업수당 수혜자, 소규모 사업 소유주들 대상으로 일회성 현금 지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00억 호주달러(약 8조원)를 긴급 투입한다.
호주에 앞서 홍콩은 지난달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하는 코로나19 지원책을 발표했다. 현금 지급 대상자는 약 700만명이며, 소요 예산은 약 11조원에 이른다. 홍콩 정부는 이를 포함해 총 1200억 홍콩달러(약 18조6000억원)에 달하는 ‘코로나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미국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구제책을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우리는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중대한 내용” “매우 실질적 구제책”이라고 말했다. 구제책에는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급여세 인하, 중소기업 대출, 여행·호텔 업계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추경’이 편성됐지만 융자나 보증 중심의 지원이라는 비판과 함께 직접 지원, 현금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현금 지원 정책으로 그동안 포퓰리즘이라고 치부되던 기본소득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난기본소득’으로 제안돼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현금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부양책은 세계 금융위기 때의 무차별 현금 살포와 다르다”며 “현행 복지수당 체계를 통해 특정 대상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신속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경제 정책을 제안해온 국제통화기금(IMF)도 현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IMF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정책결정자들은 타격을 입은 가계와 기업 지원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표는 일시적인 위기가 일자리 손실과 파산으로 사람들과 기업을 영구적으로 훼손시키는 것을 막는 일”이라며 “공급 차질과 수요 감소로 피해를 본 가계와 기업을 상대로 현금 지원, 임금 보전, 세금 감면을 해 사람들이 수요를 충족하고 기업들이 계속 생존하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리세션’을 우려하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당분간 재정 적자가 늘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면서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 지원에 나서는 게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