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우산공제 대출을 받으려면 연체가 없어야 하는데, 얼마 안 되는 부금을 연체했다는 것만 해도 어렵다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대출을 못 받으면 진짜 힘든 상인들은 대출받을 길이 아예 막힌 거죠.”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이 늘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노란우산공제(소상공인공제) 대출을 2조원 규모까지 확대한다고 10일 밝혔지만 소상공인들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인들은 그 대출조차 못 받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소액대출에 한해 조건을 완화해주고 관련 정보를 더 많은 소상공인에게 직접 공유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 노란우산공제 대출금리는 지난달 13일 0.5% 포인트 인하된 2.9%다. 공제 가입자는 공제해약 환급금의 90% 이내에서 1년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부금 납부 연체가 없어야 한다. 서울 강서구에서 5년째 소매업을 하는 이모(39)씨는 “어려운 사람들 도와준다면서 부금 연체가 없어야 한다는 건 결국 다른 데서 대출받아 연체금 없애오라는 것 아니냐”며 “소액대출은 조건을 완화해줘야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리 대출이 당장은 단비일지 몰라도 ‘대출 돌려막기’를 불러온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 서구에서 아내와 함께 10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59)씨는 “어차피 갚아야 하는 돈이니까 아무리 저리라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며 “지금 대출받는 사람들은 이자라도 덜자면서 대출을 갈아타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씨는 1년 전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했지만 “차라리 대출 안 받고 없이 살겠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에도 경기가 금방 살아나지 않을 게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중기부는 노란우산공제 대출 확대와 이자율 인하로 약 20만명의 공제 가입 소상공인들이 자금 운영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6000억원을 더 대출해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빈익빈부익부’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PC판매업을 하는 30대 오모씨는 “노란우산공제에 가입돼 있는데 관련해서 안내 연락을 받은 게 없었다. 좋은 혜택은 상인들에게 직접 알려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씨도 “결국 대출을 받아본 사람들만 싼 이자로 계속 대출받아 돈을 쓰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