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70명 넘어선 구로 콜센터 직원들 ‘한숨’… “내 일이 될 줄이야… 불안”

입력 2020-03-11 04:02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 사례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구로구가 밝힌 9일 해당 건물 앞에 임시 폐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더니….”

콜센터 직원 A씨(59·여)는 지난 8일 뉴스를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A씨는 10일 “그래도 괜찮을 줄 알고 어제(9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했는데 이 빌딩에서만 확진자가 벌써 60명을 넘어가니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빌딩에선 전날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그는 자신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했다. A씨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내가 감염되지 않았다고 결과를 보여줘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검진을 받으라’는 회사 통보를 받자마자 이날 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섰다. 불안한 건 확진자와의 접촉이 어디서 이뤄졌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A씨는 “화장실 손잡이나 변기를 만질 때도 혹시 청소하시는 분이 확진자와 접촉하지는 않았을까 등 온갖 생각이 들면서 신경이 곤두섰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줄을 서 있던 30대 후반 콜센터 직원 B씨(여)도 비슷한 걱정이었다. 그는 “7층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11층 확진자와 함께 홀수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텐데 좁은 공간에 마주쳤던 것은 아닐까, 혹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접촉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동료들과 함께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선별진료소까지 B씨를 실어다준 택시 기사는 “왜 여기서 내리느냐”고 묻더니 전화번호를 주며 “혹시 양성반응이 나오면 나에게도 꼭 알려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A씨와 B씨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당분간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료들과는 “우리 중에는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일 결과가 나오니 크게 걱정하지 말자”고 서로 다독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음성으로 나온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일을 언제까지 쉬어야 할지가 또 걱정이다. A씨는 “혼자 살고 있어서 이걸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직장폐쇄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며 “나라에서 생계비를 보전해 준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B씨 역시 “언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심란하다”고 말했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