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재택근무… ‘집사원’ 필수품 1순위는 ‘커피’

입력 2020-03-14 04: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사원’(집에서 일하는 회사원)이 늘면서 재택근무 필수 아이템도 덩달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일보는 12일 온라인 쇼핑몰 판매량과 직장인 설문을 바탕으로 재택근무 ‘필수템’ 7가지를 선정했다. 커피, 노트북 거치대, 컴퓨터용 카메라, 소음방지 이어폰, 공기청정기, 핸드크림, 홈트레이닝 기구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필수템’으로 커피를 1순위로 꼽았다. 회사원이 출근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커피는 아침에 몽롱한 정신을 깨워주고, 점심 식사 후 졸음을 쫓아준다. 집에서 일한다고 커피를 안 마실 리 없다.

지난달 말부터 재택근무 시작한 강병규(29)씨. 그는 재택 후 275㎖ 40개가 담긴 캔커피 2박스를 주문했다. 강씨는 “출근할 때는 사내 카페에서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무료로 이용했다”며 “집에서도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를 매번 사다먹기엔 부담스러워 캔커피를 박스째 샀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커피 머신을 장만하는 경우도 많다.

다음으로 많이 사는 ‘장비’는 노트북 거치대였다. 회사에서 데스크톱을 사용하던 직장인들은 집에선 대개 노트북을 쓰고 있다. 장시간 노트북을 쓰면 화면과 눈높이가 맞지 않아 목에 무리가 간다. 목 통증을 완화하고 거북목을 예방하는 거치대를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 지난 6개월간 노트북 거치대 네이버 블로그 후기 글은 316건 중 294건이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최근 1달 사이에 올라왔다. 단순히 높낮이만 조절할 수 있는 저가형 거치대부터 발열을 낮춰주는 ‘쿨러’ 기능이 탑재된 거치대까지 제품은 다양하다. 인기 제품은 앱코 NCORE NC30, 엑토 NBS-07W 등이다. 비슷한 이유로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덜 아픈 방석이나 허리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쿠션을 사는 이들도 제법 있다.

다른 동료들과 회의를 해야 할 경우도 많다. 재택근무 상황이기 때문에 화상으로 만나야 한다. 이럴 때 얼굴을 잘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용 카메라를 별도로 구입하는 경우도 잦다. 한 부동산 스타트업은 이 카메라를 구매해 전 사원에게 나눠주고 근무 시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잔디’ 등 협업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근태 보고도 하고 회의를 하기도 한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집사원들에게 가장 힘든 건 역시 소음. 아이들도 학교나 학원에 가지 않기 때문에 집이 하루 종일 소란스럽다. 이들에겐 소음을 막을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다. 애플 에어팟의 3세대 제품인 ‘에어팟 프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애플은 이어버드에 마이크 2개를 장착해 소음차단 기술을 구현했다.

외향 마이크가 주변 소리를 감지해 분석하고, 마이크가 이에 상응하는 ‘안티노이즈’를 발생시킴으로써 소음을 없애는 원리다. 에어팟 프로에 탑재된 최신 H1칩은 주변 소음을 초당 200회 분석해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어폰을 낀 상태에서 대화를 원한다면 소니 WF-1000XM3도 괜찮다. 이 제품은 간단한 기기 터치만 하면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드로 전환된다.

대부분 사무실보다 훨씬 좁은 곳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공기에 더 민감해진다. 업무를 보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미니 공기청정기부터 집안 공기 전체를 쾌적하게 만들 공기청정기를 찾는 경우도 많다.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인터넷 쇼핑몰 2월 매출액을 보면 공기청정기, 살균소독기 등 정화·살균 관련 가전제품 매출액이 지난달보다 크게 늘어났다.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회사별로 53~168% 뛰었고 살균소독기는 20~1071%, 살균건조기는 82~358% 늘었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사실 집안일과 회사일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일하는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손을 씻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자연스럽게 핸드크림을 자주 쓰게 된다. 핸드크림도 노트북 옆 필수템이라고 직장인들은 입을 모은다.

밖에도 못 나가고 종일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갑갑한가. 재택근무로 운동량이 줄어든 직장인 사이에선 홈트레이닝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홈트레이닝 상품은 최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외출이 어려워지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헬스장도 문을 닫으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G마켓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헬스기구’ 카테고리 판매가 직전 주보다 18% 증가했다.

가장 잘 팔린 헬스기구는 온 몸을 회전시켜 전신운동을 할 수 있는 ‘트위스트 운동기구’ 였다. 전년 대비로는 203%, 직전 주 대비로는 98% 판매가 늘었다. 근력운동용 웨이트 기구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 대비로는 32%, 직전 주 대비로는 약 19% 더 팔렸다. 줄넘기와 후프, 폼롤러 등 가정용 다이어트 운동용품의 수요도 각각 전년비로는 58%, 직전 주 대비로는 9% 늘었다.

전국 집사원들이여, ‘장비발’ 세워서라도 재택기간 무사히 잘 보내길.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