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전국 봉쇄령’… 국민 6000만명 이동·공공모임 금지

입력 2020-03-11 04:03
사진=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900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 정부가 북부지역 봉쇄를 단행한 지 이틀 만에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6000만명 전체 국민의 이동과 공공모임을 금지하는 초강수다. 이 같은 전 국가적 통제 조치가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이다.

주세페 콘테(사진) 이탈리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방송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며 “더 이상 시간이 없다. 10일부터 이탈리아 전역이 ‘보호 구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사흘 연속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자 지역 봉쇄를 국가 봉쇄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가 전체를 봉쇄한 것은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9172명, 사망자는 463명에 달한다.

전국 봉쇄령으로 이탈리아 국민은 다음 달 3일까지 긴급한 업무나 건강 등의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 지역 내에서도 외출이 제한된다. 모든 문화·공공시설이 폐쇄되고,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를 포함해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된다. 콘테 총리는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는 이탈리아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CNN은 “오늘부터 코로나19 창궐 상황을 ‘팬데믹’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CNN 의학 담당 수석기자인 산자이 굽타는 “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직 코로나19를 팬데믹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전염병 학자들은 세계가 이미 팬데믹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팬데믹에 대한 공식 규정은 없지만 코로나19가 질환이나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 지속적인 사람 간 전염,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세 가지 일반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서 팬데믹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전염병이 일부 지역에서만 창궐하는 유행성 전염병으로 간주될 경우 나머지 지역은 방관하며 질병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데만 치중한다고 지적하고 “세계적 유행병으로 정의될 경우 더 이상 방관자는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직까지 팬데믹 선언에 유보적이다. 다만 “팬데믹 위협이 매우 현실화됐다”고 경고음을 높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