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38)씨는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열리는 미국 주식시장 현황을 들여다보느라 최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 증시가 역대급 폭락을 이어가고 국내 증시도 주저앉으면서 정씨의 주식계좌 손실률은 20%를 넘어섰다. 정씨는 “다음 날 국내 증시에 어떤 여파가 미칠까 고민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금세 회복될 거라는 글이 많아서 추가 매수에 나섰는데 손실만 늘었습니다. 이젠 여윳돈도 없어서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속어)하는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 여파로 증시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꾸준히 순매수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에서 총 7조99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그리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7조98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코리아 엑소더스’에 나섰다. 기관 역시 1조704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2200선을 웃돌았던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떨어지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사자’로 이를 온전히 버텨낸 것이다.
주식시장의 열기를 나타내는 신용거래융자잔고 역시 지난달 10일 이후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빚을 내 사들인 주식의 상승 동력이 떨어지면 증권사는 돈을 받기 위해 해당 주식을 반대매매 물량으로 시장에 내놓게 된다.
더 나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 등 해외로 떠났던 개인투자자 또한 평가 손실이 큰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지난해 총 166억3583만 달러(약 19조8000억원)로 전년(117억5112만 달러) 대비 41%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미 뉴욕 3대 증시를 비롯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장주마저 연초 대비 10~30%가량 폭락하면서 지난해 상승분을 반납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코스피의 1차 지지선을 1800선까지 내다보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고용, 소득 등에 문제가 확대되면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디밸류에이션(가치 절하)이 심화될 수 있다”며 “추가 매수 등 투자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