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4·15 총선이 ‘방역 총선’이 됐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야 후보자들은 전통적 개념의 선거운동 대신 아예 ‘방역활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방역 봉사활동이 선거운동인 셈이다.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는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방역복을 입고 소독약을 뿌리는 활동이 사실상 선거운동이 돼버린 것이다. 캠프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보는 사무실을 옮기기로 했다.
총선에 나설 여야 후보들은 자원봉사단과 함께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방역활동에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경기 용인병)은 지역구 공공건물 엘리베이터 버튼, 현금입출금기, 놀이터 등을 소독하느라 바쁘다. 정 대변인은 10일 “주민들이 방역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남영희(인천 미추홀을) 예비후보는 “건물 방역을 주기적으로 하는데 내일부터는 지역 봉사로 방역활동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후보는 전례 없는 ‘약국 선거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약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사러 긴 줄을 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는 게 쉽지는 않다. 미래통합당 한 예비후보는 “약국 앞에서 인사를 드렸는데 ‘마스크 하나 해결 못한다’고 혼쭐이 났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을) 후보는 선거 캠프가 있는 구로구 코리아빌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선거 캠프를 옮기기로 했다. 윤 후보는 오후 진단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윤 후보 측은 “개인으로서는 다행이지만 마음이 무겁다.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이라 선거사무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통합당 대구 북갑에 나설 양금희 후보의 사무장은 최근 숨진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양 후보 등 캠프 인사들은 검체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는 특히 정치 신인들에겐 악재다. 신인들은 마스크를 쓰느라 인지도 높이기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 양천갑에 출마하는 송한섭 통합당 후보는 “유권자들과 대화를 길게 할 수도 없다. 마스크가 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을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장경태 예비후보는 “얼굴이 크게 나온 팻말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마스크에 예비후보 이름을 적어 홍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후보들이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방역 봉사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직선거법상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방역활동은 허용되지만 상점이나 축사, 방역 등 수혜자가 특정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병관(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선거운동복을 입지 않고 방역활동을 하는데도 민간 건물은 방역 봉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인 이낙연 전 총리는 이날 대구를 방문해 소상공인들에게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이 미흡하다는 말씀을 듣는다. 김부겸, 홍의락 의원께서 (지역) 사정을 전해주셨고 추경 확대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분 말씀을 충실히 듣고 당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김용현 김이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