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전격 방문해 “형세를 안정화하고 전환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사실상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하는 제스처이자 전염병 통제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일 오전 항공편으로 우한에 도착해 후베이성과 우한의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시찰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열흘 만에 세운 훠선산병원을 찾아 화상 연결을 통해 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을 격려했다. 더불어 인민해방군, 주민센터 근무자, 경찰, 자원봉사자와 환자, 지역주민 등을 위문했다.
시 주석은 “후베이와 우한은 이번 전염병 방역 투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장소”라면서 “후베이와 우한의 방역 상황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으며 단계적인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방역을 가장 중요한 업무로 삼아야 한다”면서 “절대로 방역 업무의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는 상황에서도 베이징에만 머물면서 늑장 대처해 피해를 키웠고, 피해가 가장 심각한 우한은 방문하지 않아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 주석은 또 리커창 총리에게 전염병 대응 영도소조장을 맡기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하도록 해 책임을 떠넘긴다는 구설에도 올랐다.
시 주석이 이날 코로나19 퇴치전이 진행 중인 우한을 방문한 것은 자신에게 쏟아진 책임론을 희석시키고,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로 이끈 최고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9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명이고 사망자는 17명이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8만754명, 사망자는 3136명이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99명으로 100명 밑으로 내려간 뒤 7일 44명, 8일 40명, 9일 19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9일 신규 확진자는 베이징에서 1명, 광둥성에서 1명 등 2명으로 모두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었다. 중국 본토는 사실상 코로나 신규 확진 ‘0’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날 우한을 찾은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후베이의 경제에 진통을 안기겠지만 장기적인 발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조업을 재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후베이성 당국은 전염병 진정세가 확연해짐에 따라 관내 기업 직원들의 출퇴근에 필요한 통행증을 발급하는 등 조업 재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한시는 11일부터 관내 자동차 공장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우한 톈허국제공항 등 4개 공항이 곧 운영을 재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