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抗)바이러스제(렘데시비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시작됐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선 10일 입원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1명에게 렘데시비르가 투여됐다. 임상시험 결과는 이르면 5월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의 유전자가 든 RNA(리보핵산) 복제를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걸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는 2009년 찾아낸 광범위 항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2018~2019년 에볼라 환자 대상 임상시험(임상2·3상)이 진행됐지만 중간분석에서 다른 치료제 실험군과 비교해 사망률이 높게 나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 코로나19 환자 1명에게 투여한 후 1주일 만에 완치된 사례가 학술지(NEJM)에 보고되면서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제’로 급부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일종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여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은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 중국 등의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한국 환자 195명이 참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임을 감안해 지난 2일 임상시험을 신속 승인했다.
임상시험기관으로 선정된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은 입원 중인 확진자 대상으로 참여자 모집에 들어갔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적절한 대상자 1명을 등록해 오늘 렘데시비르 주사 투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중심의 다국적 연구자 임상시험(임상2상)에 참여하며 지난 5일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의 코로나19 환자 3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방지환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약의 용도를 바꾸는 ‘약물 재창출 혹은 재활용(Drug Repurposing)’ 전략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신약의 경우 후보물질 발굴에서 최종 상용화까지 10~15년이 걸리고 수조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렘데시비르 외에도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약인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 인터페론 등 기존 약물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작업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