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초유의 개막 연기… ‘마지노선’ 4월 중순

입력 2020-03-11 04:02
정운찬(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장들이 10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KBO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38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리그 개막전을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리그를 강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개막일은 당초 오는 28일이었지만 다음달로 미뤄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달 중순까지 꺾이지 않으면, 프로야구 초유의 무관중 개막이 검토될 수 있다.

KBO는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2020시즌 개막일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하되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목표로 삼아 팀당 144경기씩 편성된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팬과 선수단의 안전 및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KBO는 지난 3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소집해 개막 1주일 연기를 논의했다. 정운찬 KBO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인 차의과대학 전병율 교수로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개막 연기를 최종 확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막일은 결정되지 않았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확산과 야구단 운영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막일을 늦어도 2주 앞둔 시점까지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개막 연기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29일로 예정했던 K리그 개막을 2주째 연기했고, 춘추제로 진행되는 프로농구·배구가 시즌 폐막을 앞두고 중단된 상황에서 프로야구도 결국 개막 연기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가운데 연간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종목이다. 정규리그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엿새 동안 진행된다. 즉, 다른 종목보다 관중·경기 수가 많아 감염 확산에 취약할 수 있다.

KBO는 4월 중순을 개막일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KBO는 이때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 편성, 최악의 경우 무관중 경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리그 일정은 재편되지 않는다. 기존의 일정표에서 리그 시작일로 지정되는 날의 경기는 2020시즌 개막전이 된다. 오는 28일부터 리그 시작 전까지 소화하지 못한 경기는 향후에 재편성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나는 대구 연고의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리그 초반 일정을 원정경기 위주로 재편할 수 있다.

올 시즌의 경우 ‘올림픽 브레이크’가 예정돼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 전후인 오는 7월 21일부터 8월 13일까지 정규리그는 중단된다. 개막 연기의 변수까지 돌출해 포스트시즌의 결승전 격인 한국시리즈의 종료 시점은 11월 하순, 혹은 12월을 넘길 가능성이 생겼다. 통상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이 ‘겨울야구’로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도쿄올림픽 취소로 프로야구 정규리그 일정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류 사무총장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 구단은 이날 이사회에서 정규리그를 시작할 때까지 연습경기를 내부 청백전 형태로 축소하고, 구단 간 교류전을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 류 사무총장은 “선수단의 이동, 숙박을 통한 감염 위험이 있어 교류전을 자제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교류전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