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사교육비 역대 최대… 입시 오락가락할 때마다 뛰었다

입력 2020-03-11 04:07

지난해 학부모들이 자녀 1명당 사교육비로 지출한 금액(학생 1인당 사교육비)이 정부 통계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폭도 작년이 역대 최대였는데 특히 고교생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락가락하는 입시제도 탓에 학교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사교육업체들의 ‘불안 마케팅’이 힘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10일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 3002곳의 학부모 8만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6월, 9~10월 조사해 분석한 내용이다. 학부모 부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2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30만원 선을 돌파한 것은 2007년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2015년에 24만4000원으로 최고치를 갈아치우더니 4년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32만1000원은 2018년보다 3만원 늘어난 수치다. 증가 추이를 보면 2012~2015년 기간에는 2000~3000원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016년에 2015년보다 1만2000원 오르더니 2017년 1만6000원, 2018년 1만9000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증가폭 3만원은 역대 1위 기록이다.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2015년 23만6000원에서 이듬해 26만2000원, 2017년 28만5000원으로 뛰더니 2018년에 32만1000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36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사교육비 조사 첫해인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 동안에는 불과 3만9000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에는 12만9000원이나 올랐다.

사교육비 증가는 2015년 이후 본격화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는 2015년에 새 국가교육과정을 고시한 뒤 대입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 토론 중심 수업, 학생 수업 선택권 확대가 핵심이다. 새 교육과정과 궁합이 맞지 않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은 줄어들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개편안이 완성될 무렵인 2017년 5월에는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정부가 등장했다. 교육부는 기존 개편안을 엎어버리고 수능 절대평가 도입 방안을 담은 새 개편안을 내놨다. 설익은 개편안 때문에 학생·학부모의 불만이 폭발하자 개편안 확정을 1년 뒤로 미루고 책임 떠넘기기에 가까운 공론화를 벌였다. 학교 현장은 극도로 혼란스러워졌고 고교 1~3학년이 전부 다른 대입제도를 적용받는 상황이 빚어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초 유 부총리는 잦은 대입 개편이 사교육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의식해 대입 제도에 손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가 불거졌고, 결국 서울 소재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올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대입 개편, 고교체제 개편 같은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사교육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