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총리 “공직사회 면 마스크 사용 앞장”에 공무원들 ‘울며 겨자 먹기식’ 착용 바람

입력 2020-03-11 04:03

공직사회에 때아닌 ‘면 마스크’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턱없이 부족한 마스크 공급에 대한 여론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정부가 공직사회부터 일회용 마스크 대신 빨아서 쓸 수 있는 면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리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먼저 면 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실제 공적마스크 공급 첫날인 9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각 부처 장관들이 하나같이 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면 마스크 사용을 강요할 수는 없으나 공직자로서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면 마스크 사용 취지를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한 사회 부처 공무원은 10일 “말은 권고라 하지만 사실상 면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총리나 장관 등과 접촉이 잦은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부터 ‘눈치 보기’식으로 면 마스크 착용에 나서는 형국이다. 경제 부처 한 국장은 “주변에 면 마스크를 쓰고 오는 사람이 많아지니 아무래도 일회용 마스크를 쓰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국장도 “지난주에 면 마스크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아직 배송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만 면 마스크의 안전성 논란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무원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면 마스크는 말 그대로 방한용으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은 침방울이 면 마스크에 묻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