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4·15 총선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애초 ‘혁신 공천’을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여야의 공천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조차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이 거셌지만 공천 결과 되레 86그룹 강세가 두드러졌다. 86그룹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 하겠지만, 이미 과거 4~5차례의 총선에서 배려됐던 그들이 이번에도 대거 공천된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친문재인계가 다수 공천돼 친문 패권주의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현역 의원 물갈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10일 현재 민주당 의원 111명 중 91명(82%)이 재공천됐다. 또 현역 의원은 대부분 경선을 치르게 하겠다는 방침과는 달리 고작 23명만 경선을 치러 오히려 우대한 셈이 됐다. 여성 후보자도 13% 정도에 불과해 ‘여성 30% 공천’ 목표 달성도 어렵게 됐다.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고 했지만 전체 공천자 평균연령은 20대 국회의원 평균연령보다 한 살 더 많은 56.6세다.
미래통합당에선 목불인견의 ‘물갈이 코스프레’가 펼쳐지고 있다.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른 지역구에서 속속 생환 중이다. 그런 꼼수 공천을 마치 대단한 결단인 양 포장하는 것도 유권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통합당에선 또 공천 탈락자 10여명이 공천 불복과 탈당, 무소속 출마를 예고하는 등 공천 후유증도 거세다. 이들 대부분이 영남권이어서 무소속 출마 강행 시 ‘영남 물갈이론’이 무색해질 전망이다. 결국 여야 모두 이 정도 공천을 염두에 두고 ‘뼈를 깎는 인적쇄신’이니 ‘공천 혁명’이니 하면서 과장광고를 해온 게 아닌지 따질 수밖에 없다. 좋은 후보자를 골라내야 할 유권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사설] 고작 이 정도 공천이 뼈를 깎는 인적쇄신인가
입력 2020-03-1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