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경수 군불 땐 ‘재난기본소득’ 결국 없던 일로

입력 2020-03-10 04: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위축된 경기를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되살리자고 주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제안이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재난기본소득은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재난’이 더해진 개념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아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지난달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에게 지급해주세요’ 청원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가세하면서 불을 지폈다.

이 지사는 기한 내에 써야 하는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지난 6일 제안했다. 그는 “펌프로 치면 물이 다 빈 상태라 마중물이 필요한데 금융지원, 세제지원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민이 처분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지역경제가 조금씩 순환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난 8일 국민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고, 고소득층에게는 지급한 금액만큼 내년에 세금으로 다시 거두자고 제안했다.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려면 약 51조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김 지사는 “재정부담은 내년도 조세수입 증가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면서 “4대강 예산보다 적은 비용으로 내수를 살리고 서민들의 희망이 될 투자”라고 했다. 이 지사와 김 지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포함된 코로나19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재난기본소득이 과연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 재정부담이 일부의 설명처럼 추후에 쉽게 해소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김 지사 제안은) 선거를 앞두고 나라 곳간을 열어 배불리 먹고 말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당초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뉘앙스로 설명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민생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그런 제안이 있었던 걸로 이해한다”며 “그 제안은 재정당국이 충분한 검토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윤재관(사진) 청와대 부대변인은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검토에 들어갔다고 알려진 것은 취지와 다른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 역시 재난기본소득을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과정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요청이 여기저기 있다. 그런데 이번 추경에서 이것을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기본소득 논의 때문에 추경 편성을 더욱 미룰 수는 없고, 현 추경안에도 재난기본소득의 취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임성수 박재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