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수사, 수원지검은 서두르고 중앙지검은 신중… 왜?

입력 2020-03-10 04:06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교주인 이만희씨. 가평=윤성호 기자

검찰청 2곳에서 진행 중인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 관련 수사가 속도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승대)의 경우 배당 직후 고발인을 불러 참고인 조사 범위를 넓혔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서는 사건 배당 1주일이 지났지만 고발인 조사와 출석 통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고발인 측이 직접 피해자인지의 문제, 신천지의 살인·상해 혐의에 대한 법리검토 필요성 여부의 문제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 검찰청의 사건은 고발 대상과 내용, 시점이 일부 겹치지만 ‘직접 피해’의 성격이나 선행 법리검토 필요성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측의 고발 사건에는 교주 이만희(89)씨 등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도 담겨 있다. 재산범죄의 직접적 피해까지 주장된 셈인데, 이 때문에 검찰은 고발인의 이야기를 신속하게 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반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사안은 고발인인 서울시가 신천지의 직접 피해자는 아닌 데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독특하게 신천지의 살인죄와 상해죄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것도 변수가 됐다. 검찰은 사실관계 문제에 앞서 법리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유사 사례들을 찾아 법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고발의 계기로 작용했던 신천지의 역학조사 방해 의혹은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죄가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인정될 것인지 큰 틀에서부터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씨에게 살인이나 상해죄를 묻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씨가 의도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방해해 죽음에 이르도록 했는지 입증하기란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발의 완성도도 양 검찰청의 사건 수사 속도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수원지검 사건의 경우, 고발인들은 신천지가 스스로를 ‘S’라는 암호로 적어 거짓 대응 지침을 전파했다는 의혹 등 정부 역학조사 방해 정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고발장에 담았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에 이씨 등을 수사해 달라고 한 서울시는 신천지 명단 불일치 수치 등이 계속 바뀐다며 관련 자료를 완전히 제출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치가 계속 바뀌어 구체적인 증거자료는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며 “고발인 조사 때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두 사건이 검찰청 1곳으로 병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사건의 고발 취지를 각각 정확히 파악한 뒤 중복되는 일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시는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신천지 선교 법인 ‘새하늘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사무소에서 사원명부와 사업실적 수집에 나섰으나 관련 자료가 없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비영리법인으로서 서류 비치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오는 13일 예정된 신천지 법인허가취소 청문회에서 문책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서 이씨에게 공문을 보내 청문회 참석을 요청했다.

구승은 오주환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