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복에 흔들리는 영남 텃밭… 의원 10명 무소속 출마 검토

입력 2020-03-10 04:02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회의 참석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천 논란에 대해 “그런(사천한) 사람 한 사람도 없다. 나 때문에 불출마하거나 배제된 사람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미래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의원들이 TK·PK ‘무소속연대’를 결성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적전분열 양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통합당 내에선 ‘쇄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TK·PK 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10명이다. 국민일보는 9일 이들 10명의 의견을 물었다. 정태옥 곽대훈 김석기 백승주 박명재 이주영 의원 6명은 무소속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강석호 유재중 김한표 김재경 의원 4명도 무소속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 10명 모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가운데 재심을 청구한 이는 곽대훈 백승주 김한표 의원이다.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의원들은 모두 지역 주민들의 뜻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곽대훈 의원은 통화에서 “대구가 아무나 꽂으면 찍어준다는 생각은 부당하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 공천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 여부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의원들은 여론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거나 재심 청구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김한표 의원은 “억울하지만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은 “선거구 획정 문제가 아직 남아 있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경북 지역 일부 선거구가 조정됐기 때문에 기사회생 기회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컷오프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은 저를 궁지로 몰아넣은 ‘막천’”이라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홍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번 결정을) 막아 달라”며 “끝까지 침묵한다며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공천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탈락했다고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애초에 공천 신청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가 의도적으로 물갈이 비율을 높인 TK·PK 지역 반발은 예상됐던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통합당 공관위는 경기 여주·양평에 김선교 전 양평군수를 공천했다. 공관위 발표 직후 이 지역 현역인 5선의 정병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에서 통합당으로 이적한 이찬열 의원(경기 수원갑)은 컷오프됐다. 지난해 통합당이 반대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찬성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공관위는 세종갑에 바른미래당 출신 김중로 의원을, 세종을에는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천했다. 경북 상주·문경에선 비례대표 임이자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김용현 김이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