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먼데이…‘공황 공포’, 금융시장 잠식하다

입력 2020-03-09 19:05 수정 2020-03-09 23:06

전 세계 금융시장이 9일 ‘코로나 먼데이’로 검게 물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Pandemic)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지배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석유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국제 유가는 하루 새 30% 가까이 떨어지며 1990년대 걸프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아시아 증시도 3~5%씩 하락하며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W자’ 반등을 기대하던 투자심리는 자취를 감추고 오직 ‘R의 공포’(Recession·경기침체)만이 시장을 잠식하는 형국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폭락한 1954.77로 마감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이 무너졌다.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경제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은 이날 1조312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1999년 관련 전산 데이터 집계 이후 가장 큰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4.38% 내린 614.6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에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1.9원 급등하며 1204.20원까지 올랐다. 세계 외환시장에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95선까지 내려가는 등 ‘달러 약세’ 현상이 짙었지만 원화는 이보다 더 약세를 보였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유가 폭락이 더해지며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일본 닛케이225(-5.07%), 중국 상하이종합(-2.94%)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세계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쏠리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0.478%까지 하락(채권값 상승)해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개장 직후 0.998%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초로 0%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트린 건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이라는 ‘겹악재’였다.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반대하고 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격적 증산을 선언하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장중 한때 배럴당 34% 내린 27.34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역시 배럴당 31% 낮은 31.02달러까지 폭락했다. 코로나 사태로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주가·원유 등 금융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