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마스크 완전배급제로 가자

입력 2020-03-10 04:03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구입이 너무나 어려운 현실로 인해 국민의 불편과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정부는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공적마스크로 돌리고 마스크 구매 5부제라는 처방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급증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이를 악용하려는 시장교란 행위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가 단적인 예다. 매점매석은 특정 자산이나 상품을 충분히 확보한 후 시장가격을 조작함으로써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요즘처럼 전염 공포가 극도에 달한 시기에 마스크를 많이 확보할 수만 있다면 물량을 조절해가며 높은 가격에 팔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매점매석은 기원전 4세기에 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책 ‘정치학’에도 나온다. 천문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재기를 한 천문학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천문 지식을 이용해 올리브 풍년이 예상되는 해에 모든 올리브유 착즙기를 미리 확보해 놓았다가 착즙기 수요가 급증하자 높은 값에 이를 되팔았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많아지고 시장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기 시작한 이후 이 같은 성공은 점차 힘들게 됐다. 1990년대 일본 스미토모사의 구리 거래 책임자는 전 세계 구리시장의 5%에 달하는 물량을 사재기한 후 상당 기간 시장가격을 조절하며 많은 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시장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조정하기 시작하고 중국산 구리까지 등장하자 결국은 26억 달러라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재기 시도들이 있었으나 시장 기능이 작동하면서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 코로나19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면서 마스크가 쌀이나 식수와 같은 필수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재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 상승폭은 여타 재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사재기 유인도 높아진다. 시장에만 맡겨 놓기에는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 많은 국민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시장 개입은 부정적 효과도 수반한다. 공적마스크 정책처럼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시장 개입은 선의의 정책 의도에도 불구하고 시장 왜곡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 줄을 서서 구매하려는 공적마스크는 사기가 쉽지 않지만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명동에서 3000원짜리 마스크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동일한 상품이 두 개의 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합법적 이중 시장이 생긴 것이다. 이중 시장이 존재하는 한 생산물량의 상당 부분을 공적마스크로 공급해야 하는 제조업자들의 생산 동기는 약화되고 큰 이익을 노리는 시장교란 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완전한 시장 개입이 해답일 수 있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 전부를 구매해 공급하는 완전 배급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때 제조업체들에는 합리적인 수준의 이윤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는 생산 의욕을 높이고 빼돌리기 유혹도 억제시킬 것이다. 필요하면 정부가 구입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는 손실도 감수해야 하며 구매가 부담스러운 취약층에게는 지원도 해줘야 한다. 암시장 등 시장교란 행위는 단속에 걸릴 경우 기대손실을 기대이익보다 크게 높임으로써 정부가 공급하는 가격에서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 때로는 과감한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생존이 위협받는다면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