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세대 ‘공동 선교의 장’… 기득권 포기할 때 가능

입력 2020-03-10 00:02
김용훈 미국 열린문장로교회 목사(오른쪽)와 영어 회중(EC)을 담당하는 존 차 목사가 지난 1월 29일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에 위치한 한국어 회중 예배당 앞에서 ‘상호 의존하는 교회’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한인교회 중 대표적인 교회로 열린문장로교회가 있다. 한국어 회중(KC, Korean Congregation)과 영어 회중(EC, English Congregation)이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헌던에 위치한 교회는 교회 부지만 6만4700㎡(2만평)이 넘는다. 가운데 잔디밭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KC 예배당이, 왼쪽은 EC 예배당이 서 있다.

열린문장로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출신인 고 차문제 목사가 1984년 한인정통장로교회를 개척하면서 시작됐다. 1992년 당시 33세였던 김용훈 목사가 부임하면서 300명이던 교회는 350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급성장했다. 비결은 한인 1세대와 2세대가 함께하는 교회를 실현한 데 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든 미국의 한인교회든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복음 안에서 언어의 문제, 문화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못하면 부모세대가 은퇴할 즈음 자신이 다니던 교회 문을 닫는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든 미주 이민교회든 다음세대를 품고 싶다면 담임목사와 당회가 젊은이들에게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면서 “부모세대와 다음세대가 언어, 문화의 문제를 먼저 극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동의 선교훈련 장’이 될 때 진정한 사도행전적 교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2001년 이곳으로 예배당을 옮기면서 KC와 EC가 함께하는 ‘상호 의존하는 교회’(Interdependent Church)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KC와 EC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종속되거나 완전히 독립된 형태가 아니다. 상호 의존하는 교회 개념으로 연합 공동의회와 연합당회(KC 11명, EC 6명)가 운영 중이다.

교회는 각각의 당회 지도 아래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영어로 진행하는 주일학교와 선교위원회와 건축위원회는 공동으로 진행한다. 교육과 교회 건물 유지에 필요한 경비도 공동 부담한다. 그렇다 보니 부모세대는 KC에서, 자녀세대는 EC에서 예배를 드린 후 가운데 잔디밭에서 식사를 같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목사는 “교회에서 다음세대가 중요하다며 구호만 외치지 말고 그들의 리더십을 존중해줘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다음세대와 함께 교회의 미래 비전을 나누는 등 신뢰 관계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회 당회는 회사 중역 회의가 아니다. 교회 리더십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생각을 바꿀 때 교회 문화가 바뀐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EC에서 장로가 세워지기 전 젊은 청년 리더를 KC 당회와 당회원 부부수련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고 회고했다.

KC와 EC는 1개월에 한 번씩 모여 전체 교회가 다뤄야 할 안건을 논의한다. 양쪽 교회 교역자는 매주 화요일 식사를 같이하면서 각 교회의 상황을 나눈다. 교회의 큰 틀은 김 목사가 제시하지만, EC의 목회에 직접 간섭하지 않는다.

EC예배당에서 진행되는 한인 2세 중심의 주일예배 장면.

EC를 담임하는 존 차(48·한국명 차태형) 목사는 교회를 개척했던 차 목사의 6남이다. 차 목사는 “KC와 EC는 하나의 비전, 두 개의 가정, 한 가족의 형태인데 식사를 같이하고 선교부흥회를 공동 개최할 정도로 동질성을 갖고 있다”며 “EC에는 20%의 대학생과 80%의 직장 새내기 등 젊은 층이 많은데, 부모를 KC에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차 목사는 “상호협력 모델의 최종 목적은 다음세대를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로 세우는 것”이라며 “미국 트리니티신학교에서 열린문장로교회의 상호의존형 모델을 연구할 정도로 미국교회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김 목사가 전통적인 교회의 틀을 깨고 상호의존형 교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안착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예수를 늦깎이로 만나다 보니 교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상호의존교회의 최종 목적은 세계선교”라고 말했다. 부모를 따라 어린 나이에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서 이민생활을 했던 그가 예수를 만난 것은 일리노이주립대 재학시절이다. 고된 이민생활 속에서 회심한 그는 미국 트리니티신학교를 졸업하고 영어권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교회의 목표는 다세대, 다민족을 섬기는 상호의존교회로서의 미셔널 처치이다. 현재 성도들은 13개국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를 위한 사역을 하며 주변 타민족 교회를 섬긴다. 주위 결식아동의 식사와 학용품도 지원한다. 매주 아랍권 교회의 교회학교와 여성을 위한 모임, 난민센터, 노숙인 사역 등도 펼친다. 국내외 128가구의 선교사를 후원한다. 최근에는 중동권 난민 사역을 통한 교회 개척 후원도 활발하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의 목적은 같은 소수민족 처지에서 십자가에 대한 감격을 잊지 않고 그 사랑을 성도들을 통해 흘려보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헌던(미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