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에서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8세 여성이 입원하기 전 대구 방문 사실을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이 환자는 대구에 머물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의 딸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3일 구토와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으로 한 병원에 예약했으나 대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환자와 보호자는 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했다. 의료진은 환자 첫 진료 시뿐만 아니라 입원기간 동안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여부를 확인했으나 부인했고, 딸의 주소지로 등록해 입원했다.
하지만 병원은 이들이 병실에서 여러 차례 대구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후 대구 방문을 의심했고 지난 6일 청진 소견 등이 의심돼 X선과 흉부CT를 찍었다. 이어 7일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다.
이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 측에서 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내용을 전달하자 그제야 의료진에게 실 거주지는 대구이며 지난달 29일 딸 거주지로 옮겨왔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또 대구에서 다녔던 교회 부목사의 확진 사실도 알렸다. 이 때문에 서울백병원은 이날 병원 외래 및 응급실,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 또 현재 환자가 입원 중이던 병동을 비롯해 입원 환자 및 동선이 겹치는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환자는 확진 판정 후 음압 병실에 격리 입원돼 있다가 이날 오후 다른 국가지정 병원으로 이송됐다. 역학조사관이 환자의 모든 동선을 조사 중이며 병원 측은 입퇴원 금지, 전 직원 이동 금지, 병원 입구 방문객 차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