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확산… ‘글로벌 팬데믹’ 초읽기

입력 2020-03-09 04:02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를 구급차에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이란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중동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미국에서도 곳곳에서 사망자·감염자가 나오며 사실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밀라노, 베네치아를 포함해 사실상 북부 전역을 봉쇄했다. 전날 하루 만에 확진자가 1247명 늘어나자 감염자가 많은 북부 11개 지역, 1600만명 인구를 봉쇄한 것이다. 밀라노가 속한 코로나19의 발원지 롬바르디아주는 주 전체가 봉쇄됐다. 중국 외 국가 중 가장 광범위한 봉쇄 조치다. 중국의 우한 봉쇄처럼 이동을 완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을 만나거나 업무 목적의 일이 아니면 봉쇄 지역에 들어갈 수 없다. 봉쇄 지역 주민들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타 지역으로 갈 수 있다.

밀라노 등 북부 지역은 이탈리아의 경제 엔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봉쇄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경제를 희생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8일 전국의 극장, 영화관, 박물관 등의 오락 시설을 잠정 폐쇄하는 법령에도 서명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31개주로 번졌다. 현재까지 447명이 감염됐고 19명이 숨졌다. 미국의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에서도 첫 코로나19 ‘추정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

미 보수 진영이 지난달 26~29일 워싱턴과 근접한 메릴랜드주에서 개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중에도 확진자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행사에 참석했다. 백악관은 “두 사람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바이러스가 백악관을 향해 보다 더 가깝게 다가오는데 걱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총 20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 각종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상법안이 추진된다. 화상 재판, 대규모 행사 취소, 의료봉사자 대상 유급휴직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도 전날 대비 확진자가 159명 늘어 600명에 근접했다.

중동 지역 코로나19 진원지인 이란에서는 하루 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49명 나왔다. 지난달 19일 최초 사망자가 나온 뒤 최대 증가폭이다. 이란의 사망자는 총 194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는 8일 기준 100개국을 넘어섰고, 누적 감염자는 10만7000여명에 달한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