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냐 수익률이냐”… 깊어지는 고민

입력 2020-03-08 18:48
국민연금은사회적 책임투자와 수익률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금의 장기 안정적 수익률 제고에 기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사회적책임투자’ 목표로 내세운 슬로건이다. 국민연금은 향후 책임투자 비중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자산을 제외한 전 자산군에 환경·사회·지배구조(이하 ESG) 책임투자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국내 주식 운용에만 적용되던 ESG 통합전략 대상 자산군을 올해부터 국내 주식 패시브 운용으로 확대하겠다는 말이다. 여기에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 투자에 있어서도 ESG 요소가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익률’과의 딜레마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책임투자팀이 신설되면서부터다. 이후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여러 ‘실험’을 계속해오다 2017년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코드에 관한 연구’를 기점으로 책임투자에 대한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2018년 말 기준 국내주식 직접운용 중 책임투자형은 약 22.16조원, 국내주식 위탁운용 중 책임투자형은 4.58조원을 운용 중이다.

굳이 투자원칙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 제102조(기금의 관리 및 운용) 제4항에 따라 기금을 관리 운용할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ESG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규정을 세워놓았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해외 연기금 운용 트렌드를 고려, 책임투자 비율을 높여야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기금이 계속 책임투자 강화를 밝히는 이유는 바로 수익률에 대한 부담 때문이기도 하다.

수익률은 국민연금이 증명해야 하고 도출해야 할 주요한 의미다. 그리고 연기금 운용의 결과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중압감은 책임투자에 대한 비중 확대 등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감지된다. 내부 관계자는 “책임투자를 늘려가야 하지만 수익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고민스럽다.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가치와 역할의 충돌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가 대표적이다. 수익률은 확보될 수 있지만 책임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이 보장된 수익률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수익률에 우선한 기금 운용 결정을 해왔다. 그럼에도 책임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SG 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떨어져 C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와 책임투자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기업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발생한 경우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으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고수익률이 나온 상황에서 책임투자 드라이브를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다. 관련해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운용수익률이 11.3%로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책임투자 강화를 밀어붙이기에 최적의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어떻게 투자할 것이냐’에 대해 국민연금의 현 기조가 두텁게 유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