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화장품 매장 2곳, 쌀국수 가게 1곳이 최근 문을 닫았어요. 우리는 지난달 2000만원 이상 마이너스였고요. 겨우겨우 버티고 있어요.”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영수(39)씨의 말이다. 8일 오후 2시쯤 코엑스몰은 주말이라는 게 실감되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마스크를 끼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활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도 비슷했다. 지난 연말만 해도 주말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쇼핑몰 입점 업체가 가장 부담을 호소하는 부분은 ‘임대료’였다. 이날 코엑스몰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만난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와 롯데몰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은 각각 입점 업체에 ‘3개월 임대료 납부 유예’를 자영업자 상생 대책으로 일단 내놓았다. 운영시간 감축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다.
스타필드와 롯데몰에 한 곳씩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납부 유예는 어차피 빚으로 남아 있는 것이니 당장 숨통은 트여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코엑스몰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사실 임대료 미뤄주는 건 (도움이 된다는) 체감이 전혀 없다. 요새 매출이 거의 ‘0원’에 가까운데 납부 유예로는 도움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쇼핑몰 입점 업체들은 매출에 비례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임대료로 낸다(매출 임대료 방식). 그러면 매출이 떨어지는 만큼 임대료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쇼핑몰 운영사들은 매출이 너무 적은 경우를 감안해 하한선인 ‘기본 임대료’를 책정해두고 있다. 매출 급락으로 대부분 기본 임대료를 내게 되면 쇼핑몰 운영사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버틸 힘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단번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월드몰의 한 액세서리 매장 매니저(37)는 “우리 매장이 여기서 인건비,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한 달에 1000만~2000만원은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요새는 100만원도 힘들다”며 “지난주에는 하루 매출액이 3만7000원이 나온 날도 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코엑스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씨는 “이달 매출은 전년 대비 60~70% 정도 떨어질 것 같다. 보통 주말에는 200만~250만원은 벌었는데 어제 38만원 나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 절감’ 카드부터 꺼내들었다.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도 “주말에 매출 떨어진 지 4주째”라며 “원래 주말에는 주방에 4명, 홀에 4명이 일해도 바빴다. 지금은 주방 1명, 홀에 나 혼자 일해도 이렇게 한산하다”고 말했다.
코엑스몰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씨는 “원래 매니저 포함 3명이 근무했는데 아르바이트생 1명이 최근 그만뒀고, 남은 2명도 돌아가면서 일한다”며 “이렇게 길게 말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