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압색보다 행정조사” 尹 내부 분석 지시했다

입력 2020-03-09 04:02

검찰이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본부 압수수색 대신 ‘행정조사 참여’ 형식을 택하게 만든 건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의 수사 경험이었다. 디지털 증거능력이 법정에서 첨예한 쟁점이 됐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총괄한 경험이다.

윤 총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3일 신천지 집회 출입기록 확보 방안을 문의하기 이전부터 대검 내부에 행정조사 형식에 대한 분석을 지시한 상태였다. 행정조사가 갖는 장점과 단점, 압수수색과 행정조사 시 얻을 수 있는 자료의 범위 비교 등을 보고토록 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어떤 법령을 근거로 방역 당국이 신천지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토록 지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8일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경험 때문”이라고 세부적 지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 총장은 2013년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직원의 ‘내게 쓴 편지함’ 이메일 속에서 직원 명단과 업무지시가 담긴 ‘425지논’ ‘씨큐리티’라는 문서를 발견했다. 본인이 본인에게 보낸 이메일 속 파일인 만큼 국정원 측의 작성이 입증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은 이 문서가 형사소송법상 ‘전문(傳聞)증거’에 해당하며, 작성자가 법정에서 진정함을 밝혀야만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원 전 원장의 유죄 확정까지는 검찰의 추가 증거 제출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윤 총장이기 때문에 압수수색 시 신천지 서버 자료의 공유 문제 등에 대해 “위험 부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행정조사 방식을 택하면 이점도 있었다. 정보 추출 시간을 단축하고 자료 확보 범위도 넓어지며, “행정 목적으로 형사적 절차를 썼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총리실 파견 검사를 통해 중대본과 협력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가 감염병 사태를 겪을 때 필요한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법에 부합하면서도 효율적인지 법률적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