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스크 더 절실한 곳에 양보하자

입력 2020-03-09 04:01 수정 2020-03-09 04:01
마스크 부족 사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루 최대 생산량이 1200만장인데 인구가 5180만명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자국 우선으로 공급하고 있고 원자재 수출도 중단해 당분간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이고 부정유통을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제한된 물량을 필요한 곳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기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정부가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약국에서 마스크를 1주일에 한 사람당 2장씩만 살 수 있게 하고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구매 가능한 요일을 지정했다. 하루에 1인 1장씩 판매하고 있는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도 약국이 갖춘 중복 구매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 다음 주부터는 5부제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재기를 방지하고 적정 가격(장당 1500원)에,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사실상 ‘배급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꼭 필요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양보와 배려, 협력을 기반으로 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의료진과 간병 인력, 유증상자 이송 인력이나 현장 방역활동 종사자, 요양시설 입소·근무자 등 감염 취약계층, 기침 발열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났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등에게 보건용 마스크가 우선 공급되는 게 마땅하다. 보건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 위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비말(침)이 튀어 감염되는 경우보다 감염자가 오염시킨 물체나 손잡이 등을 만진 손으로 자기 코나 입을 만져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대외 활동은 가급적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실천하는 게 감염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나만, 가족만 챙긴다고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닐 게다. 방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대응력을 높여야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29일 909명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특정 시설이나 집단 내에서 산발적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추가 확산 가능성이 있다. 병원 내 감염을 막는 데 집중하고 요양원,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 활동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