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1% 초저금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 세계의 저금리 기조 흐름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리 인하 속도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빅컷’(0.5% 포인트)으로 성큼 걸음을 옮긴 데 이어 한국도 피하기 힘든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다음 달 9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금통위에서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00%로 0.25% 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빅컷’을 단행하면서 이 같은 전망은 힘을 얻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의 경우 이미 제로금리를 운용 중인데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처럼 저금리 정책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흐름을 거스르기는 사실상 힘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대책과 관련해 “국제기구와 회원국 중심의 국제공조와 함께 강력한 ‘폴리시믹스(정책조합)’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정정책과 더불어 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다. 여기서 1.00%로 떨어질 경우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1.1%)을 감안하면 실질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금리다. 1% 초저금리는 우리 사회가 이제껏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실효성 논란도 있다. “저금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지금도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추가 인하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피해업종으로 가는 돈줄이 막히지 않도록 ‘양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시한폭탄’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낮아진 금리는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쌓여가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부동자금은 1045조5064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 때는 자금이 자산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투기 자본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자들은 갚아야 할 이자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자 소득으로 살아가는 고령층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지금도 역대 최저 수준인 예금 금리(연 1% 안팎)가 더 내려가면 이자수익은 더 줄어든다. 이 경우 예금 이자로 노후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의 소비 위축도 우려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