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먹는 간호사들 돕고 싶어…” 쌈짓돈 기부한 기초수급자

입력 2020-03-09 04:06

“TV를 보는데 지친 간호사들이 컵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너무 도와주고 싶었어요.”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애쓰는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쌈짓돈 200만원을 기부해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2동 A씨(60·사진)는 지난 4일 휠체어를 탄 몸을 이끌고 동주민센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200만원이 든 흰 봉투가 들려 있었다. 동주민센터 조유진 복지담당 주무관은 놀라 일어서며 이유를 물었다. 그는 행당2동에서 14년 넘게 관리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 기초수급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사회복지사님, 도와주러 왔어요.” 띄엄띄엄 말문을 연 A씨는 “저도 기초수급자로 도움 많이 받고 있고,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들한테 도움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그러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봉투를 건네고는 부랴부랴 사라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8일 “재난은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지만 우리가 힘을 모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주민들을 통해서 배운다”며 “우리구도 이런 주민들을 지키고 함께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