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못하고, 대관료 묶이고… 극단도 극장도 눈물

입력 2020-03-09 04:05
코로나19 여파로 3~4월을 목표로 오랜 기간 준비한 공연들이 한꺼번에 어그러지면서 예술단체와 극장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특히 공연단체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관료 환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는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연기돼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건 물론이다. 특히 예술단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관료 환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가 된 후 명동예술극장 등 공공 공연장은 앞다퉈 휴관에 들어갔다. 민간에서도 공연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로의 한 연극 관계자는 “대부분 극장에서 3월 공연이 취소됐다”며 “대학로 내 140개 극장의 70%인 약 100개 극장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공연계 매출액은 210억4282만원으로 전월 수익(402억5825만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공연이 어그러지면서 예술단체는 배우 출연료와 무대 설치비 등 선지출금을 회수못 해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대관료다. 빡빡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대학로 중소극단이 하루 40만원 정도인 대관료를 회수못해 입는 피해는 막심하다. 이달 중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한 한 중견극단 PD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환불이 어렵고, 공연 연기만 된다는 입장”이라며 “약 890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득이한 안전상의 문제로 취소한 것인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극장주에게만 책임을 지우기도 어렵다. 대학로 극장 시스템은 사업자인 극장주가 건물에 전·월세로 들어가, 이 공간을 다시 단체들에 돈을 받고 빌려주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140개 극장의 평균 월세가 400만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전기료와 인건비 등을 더하면 어림잡아 800만원이 매달 빠져나간다. 최소 2개월을 준비하는 공연 특성상 5~6월까지 극장이 공실일 때 3월부터 피해액이 2500만원을 웃도는 셈이다.

극장주들과 예술단체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맨 형국이다. 전국 300석 미만의 민간 소극장 운영자들이 모인 한국소극장협회의 최윤우 사무국장은 “운영자와 단체 간 협의로 극장마다 대관료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며 “100% 환급해주는 극장도 있지만 임차료 때문에 대관료 전체의 10% 정도인 계약금을 떼고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공연장은 취소 수수료 등 일부를 제외한 금액을 돌려주고 있다. 재정 규모가 비교적 큰 공연장의 이런 대응을 두고 일각에선 “고통 분담에 대한 의지가 적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공연장도 재정 피해가 커 되도록 단체들의 공연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LG아트센터에서 3월 예정됐던 민간 단체의 공연 2개는 5월로 연기됐다.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 개막을 미룬 두산아트센터 관계자 역시 “재정적 피해가 있지만, 특수한 상황인 만큼 공연 연기에 따른 대관팀의 제작비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대관료 전액 환급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극장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부터 코로나19 관련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약 21억원 규모의 대관료 지원 방안도 4월 중 마련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