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이 100곳에 이르렀다. 정부가 각국에 과도한 조치를 자제해 달라고 열심히 요청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5일 방역 선진국인 일본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호주가 입국 금지를 단행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입국 제한이 본격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5일 오후 11시 기준 한국발 여행객에 대해 입국 금지나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인 국가·지역은 100곳이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전 세계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한국인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적인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지역은 호주와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37곳에 이른다. 서방 선진국 대다수는 아직까지 입국 제한을 본격 시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날 호주가 입국 금지에 나서면서 ‘노 코리아’ 조치가 선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아직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한국의 공항 탑승구에서 발열 체크를 통해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미국행 항공기 탑승이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총괄 지휘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 제한 추가 조치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가’라는 질문에 “이 시점에서는 그들(보건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 여행경보 또는 제한 조치를 부과해야 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관련 데이터를 매우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발병) 사례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발병 추이 등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본 등 6개 국가·지역은 한국 일부 지역에 체류했던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 12곳에서는 한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 네팔과 라오스, 영국 등 45곳에선 검역 강화 등의 입국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상황이 진정되면서 여러 가지 제한 금지 조치도 많이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입국 제한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강 장관이 각국 외교장관과의 통화를 통해 과도한 입국 제한 조치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은 6일 주한외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25일 열린 1차 주한외교단 설명회는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주재했지만 이번에는 강 장관이 직접 설득에 나서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