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는 범진보·범보수 대결 구도… 중도 표심은 어디로

입력 2020-03-06 04:08
심상정(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을 4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범진보 진영의 ‘연합’을, 미래통합당은 범보수 진영의 ‘통합’을 앞세우면서 진영 대결 구도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양쪽 모두 외연 확장을 통한 ‘중도 끌어안기’에 나서는 대신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면서 무당층과 중도층의 선택지가 계속 좁아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안철수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이 명실상부한 제3세력으로 부각되지 못한 상황이라 이런 총선 구도에서 중도 표심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보수 통합을 추진했던 통합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 4일 옥중 서신이 기폭제가 되면서 극우보수 진영까지 통합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통합당에 지지를 보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표가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도 성향 보수 지지층이 태극기 부대까지 함께하는 범보수연합에 실망해 이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례연합당을 통해 범진보 진영 결속에 나선 민주당 상황도 비슷하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발표가 전체 판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5일 “옥중 서신은 정말 시대착오적”이라며 “이번 총선은 ‘통합’과 ‘연합’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 대결에 냉담한 중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로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층 응답자의 59.1%가 ‘위성정당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 응답자는 40%에 달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48.1%가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중도층이 박 전 대통령 서신에 반감을 가질지, 아니면 민주당의 비례연합당 합류에 반감을 표출할지가 관건이다.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중도층이 늘어날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옥중 서신이 여당에 악재일지 호재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역대 선거에서 경험했듯 여당 심판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 박근혜 구도로 가면 무조건 문재인이 이기는 구도였지만, 정부에 대한 실망이 쌓이면서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부동층이 아예 투표장에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