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5일 40명을 넘어서면서 2015년 메르스 때의 사망자 규모(39명)를 넘어섰다. 2000년 이후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로는 신종 인플루엔자(260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보건 당국이 ‘사망자 최소 전략’을 발표한 지난 1일 이후에도 사망자 증가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해당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대구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 하루에만 7명이 추가돼 총 42명이 됐다. 이 중 30명이 대구 시민이다. 특히 보건 당국이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나흘간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환자를 경증·중증으로 분류해 경증 환자는 연수원, 호텔 등의 생활치료센터에 수용하고 중증 환자를 우선 입원 치료하겠다고 했었다.
사망자 증가세의 가장 큰 이유는 경증 환자를 병원에서 생활치료센터로 옮기는 속도가 늦어져 정작 중증 환자를 위한 병동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중증 환자로 분류됐는데도 병동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는 사람 수가 40명에 이른다. 대구의사회 관계자는 “확진자 중 연령이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데도 병동 자리가 없어 집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이 가장 문제”라며 “생활치료센터 시설 마련이나 환자 이송, 병동 소독 등의 과정이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된다는 점도 사망자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33번째 사망자의 경우 기저질환이 없어 상대적으로 병상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돼 4일 새벽 숨졌다. 김재동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최근 발생한 사망자 대부분이 중증 환자로 분류는 됐지만 당장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다음 주엔 사망자 수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치료 병동 확보 작업에 총력을 다해 다음 주에는 중증 환자 중심 치료 체계를 갖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대구의사회 코로나TF 부위원장은 “지금의 환자 감소세라면 2~3일 내 중증 환자는 모두 입원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고 있는 위중 환자 40여명이 변수다. 이 부위원장은 “현재 위중한 환자들이 연령이 높아 인공호흡기 치료를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