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마스크의 수급 안정화를 위해 사실상 국가 주도 ‘배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적 마스크 판매를 1인당 2장으로 제한하고, 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 5부제 판매제도 시행한다.
하지만 정부가 마스크 관련 대책만 네 차례나 발표, 스스로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내 이견으로 당초 홀짝제에서 5부제로 대책안이 바뀌는 등 졸속 추진하는 모습도 표출됐다.
정부는 5일 마스크 배급제 도입, 생산 확대, 수출 금지를 핵심으로 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5일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작으로 마스크 관련 네 번째이자 세 번째 수급 안정화 대책이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량을 늘이기 위해 공적 의무공급 물량을 현행 50%에서 80%로 확대했다. 현행 10% 이내에서 허용해온 수출은 아예 금지했다.
1개월 이내 마스크 생산량을 하루 1000만장 수준에서 1400만장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약국이나 우체국, 농협에 공급되는 공적 의무공급 물량은 현재 500만장에서 1120만장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마스크 구매를 1주일에 1인당 2장으로 제한한다. 약국·우체국·농협에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구축해 구매 이력을 확인한다. 마스크 구매 5부제도 도입한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로 구매를 허용키로 했다. 월요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6, 화요일에는 2·7, 수요일에는 3·8, 목요일에는 4·9, 금요일에는 5·0인 사람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평일에 사지 못한 사람은 주말에 구매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많은 국민에게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한 달 새 대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국민의 불안감·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날도 이어졌다. 정부는 당초 이날 오전 5부제가 아닌 ‘홀짝제’를 도입하겠다고 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국무회의 과정에서 5부제로 확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구매 대기행렬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마스크 대책 발표도 오전에 하기로 했다가 오후로 미루는 등 하루 종일 허둥댔다. 앞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마스크 재사용을 하지 말라고 하다가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대구시청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겪는 고통에 국무총리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총리는 “대다수 국민들이 소량의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달 26일 시행한 마스크 공적 공급 의무화 및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마스크 수요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에도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손재호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