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어른 北… 김여정 비난 하루 만에 김정은, 위로 친서

입력 2020-03-06 04:0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주고 받았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4일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위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소회를 담은 친서를 먼저 보냈고,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5일 감사의 뜻을 담아 답장 형식의 친서를 보냈다.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오후 ‘기습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맹비난한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이 돌연 위로 친서를 보낸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또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은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는 심정을 표했다”며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면서도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유지하고 있는 소통 채널 통해서 받았다”고만 밝혔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친서를 보낸 시점이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밤 개인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지 하루 만에 친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며 청와대를 거세게 비난했다. 앞서 2일 북한이 발사체 2발을 발사하고, 청와대가 곧바로 ‘강한 우려’를 표명하자 이에 대해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성격이 전혀 다른 김 위원장의 친서가 도착한 것은 북·미 협상 교착과 남북 관계의 소강 상태에도 남북 정상 간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김 위원장이 보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발표문에 넣은 것”이라며 “남북은 지금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러한 서로간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부부장 담화도 표현이 거칠었을 뿐 (청와대가) 왜 북한의 마음을 몰라주느냐는 것으로 보이고, 이번 친서도 그런 것 같다”며 “김 부부장 담화와 이번 친서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청와대를 맹비난한 담화에서도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친서 교환에도 남북 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 친서에는 북한 개별관광이나 남북 보건 협력 등에 대한 입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수 박세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