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단원들의 기강 해이와 직업 윤리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국립발레단의 단원 관리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문체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강수진 예술감독을 포함한 단원 130여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지난달 14~15일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진행했는데,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예방 차원의 조치였다. 같은달 20~21일 여수, 25~26일 전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백조의 호수’ 공연은 물론 취소했다.
그런데, 군무 단원 나대한이 자가격리 중 해외여행을 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나대한은 자신의 여행 사실을 버젓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면서 들통이 났다. 강수진 단장은 지난 2일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립발레단은 같은 날 자가격리를 해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8일까지 아예 휴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원들의 자가격리 중 사설학원 특강 논란이 빚어졌다. 무용 칼럼니스트 윤단우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자가격리 기간에 사설학원 특강을 나간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한 행위인가”라며 단원 블로그 등에 게재된 포스터 사진을 올렸다. 포스터에 따르면 수석무용수 이재우 등 3명은 지난달 22일, 26일, 29일, 3월 1일에 사설학원에서 특강을 한다고 예고됐다.
이후 국립발레단의 조사에서 지난달 22일과 29일 특강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나머지 강의는 모두 취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은 국립발레단이 여수까지 내려갔다가 공연을 취소한 직후로 자가격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29일은 격리 해제 전이라 문제가 크다. 이재우는 5일 인스타그램에 “올바르지 못한 판단과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자숙하며 깊이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가격리 중 단원들의 사설학원 특강을 계기로 평소 영리 활동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의 사설학원 블로그에 솔리스트 김희현이 대표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희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로 나와 있지만 실질 소유주는 친구”라며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단원 A는 자가격리 중 모친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홍보를 한 것이 드러났는데,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A는 강수진 단장의 허가를 얻었다는 입장을 본보에 전했지만 국립발레단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저의 첫 브랜드 런칭날’ ‘원단을 구입하러 간다’ 등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다수의 글과 사진을 통해 당초 허가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운영비 상당액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립발레단에서 단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발레단은 현재 자가격리 중 단원들의 행동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외부 활동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아 명확한 기준과 그에 따른 지침을 밝힐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