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집단 감염 통로로 지목된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행정조사에 나섰다. 신천지 측이 정부에 제출한 신도 명단·시설 현황 자료가 실제에 비해 축소됐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중대본과 협력 중이던 대검찰청도 기관 간 행정지원 형식으로 포렌식 인력과 장비를 동원했다.
이는 신천지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 교주 이만희(89)씨 체포를 촉구하던 정치권의 바람과는 차이가 있는 방식의 조사다. 중대본은 완벽한 방역을 위해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면서도 지난 4일 밤 신천지 측에 행정조사를 사전 통지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행정조사에 대검 포렌식팀이 투입되면서 명단 압수수색의 효과는 얻은 셈”이라면서도 “여전히 이씨 체포 등 강제수사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 대검 포렌식 인력은 합동 조사반을 꾸리고 5일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과천에 있는 신천지 본부에서 신도 명단, 집회 참석 여부 등을 파악하는 행정조사를 진행했다. 행정조사는 2시간 정도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정 시각을 훌쩍 넘긴 오후 3시쯤에야 종료됐다. 조사해야 할 컴퓨터 등 기기가 예상보다 많았고, 그 결과 내용을 통째로 복제하는 ‘이미징’에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행정조사로 신천지의 정부제출 자료 신뢰성 검증은 강제수사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소한 명단과 관련한 압수수색은 이제 필요 없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파견 검사를 통해 그간 중대본과 긴밀히 협력해 왔는데, 압수수색보다는 행정조사에 참여하는 형식이 오히려 더 많은 자료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장소가 엄밀히 한정되거나 포렌식 과정에 변호인들이 동참해야 하는 문제 등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검찰의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이씨의 개인 비리 의혹까지 점검하라는 여론도 높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질적인 사태 해결과 거리가 멀뿐더러 30만명 이상으로 집계되는 신천지 신도들의 반감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불이 타는 화재 현장에서 누가 불을 냈는지, 누가 불을 키웠는지 찾는 것은 최우선적인 일이 못 된다”고 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씨를 사법처리한다면 신천지 운영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될 것”이라며 “이씨가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직접 책임을 물을 증거를 찾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단으로 지목돼 은밀하게 운영된 신천지의 특수한 성격 역시 강제수사의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신천지가 주요한 감염 통로로 부상하자 검찰이 본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때 중대본이 강제처분 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했고 검찰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특정 종교집단 전체가 사회악으로 규정될 경우, 불의의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바이러스는 정치와 종교를 모른다”고 말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