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여 놓고 탈세·폭리… ‘마스크 김선달’ 판친다

입력 2020-03-06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 틈바구니에서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거나 공업용 마스크를 보건용으로 속여 파는 등 각종 불법이 판치고 있다. 매점매석은 물가안정법에 처벌 조항이 있지만, 마스크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도 법으로 처벌할 수 없어 단속에 나선 당국은 난감해하고 있다.

화장품·의료기기 수출 업체인 B사는 보건용 마스크를 수출용이라고 속여 영세율을 적용받아 싸게 구매한 뒤 국내에서 유통하다 적발됐다. 이 업체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마스크 1만7000개를 쌓아놓고 현금으로 거래하다 주민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한 공동 구매자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3명을 동원해 B사가 확보한 마스크를 중국으로 반출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시는 B사를 마스크 판매신고 의무 위반과 법인세법 위반 등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31일~3월 3일 서울 소재 마스크 제조사 및 유통 업체 267곳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 결과 법 위반 의심 업체 등 25곳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매점매석(4건), 탈세의심(2건), 전자상거래 도소매 업체 허위 정보 기재(16건) 등이다. 시에 따르면 A업체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에서 정한 기준(전년도 판매량의 150%)의 2배가 넘는 재고를 10일 이상 보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월 평균 11만개의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재고만 56만개까지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점매석 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시는 4만여개 전자상거래 업체(인터넷 쇼핑몰)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준 가격(KF94 1773원, KF80 1640원)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업체(956곳)에 가격 인상 경고 메일을 발송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업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KF94 마스크 가격을 1만원 이상 올리기도 했다”며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폭리를 취해도 최고 가격이 설정돼 있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표시 내용과 다른 상품 배송, 가짜송장 발송, 제조사 등 미표시 마스크 배송 등이 다수 적발됐다.

지능적인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공업용 마스크를 정식 허가된 의료보건용 마스크로 둔갑시켜 제주시내 마트 3곳에 납품한 유통업자 A씨(61)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보건환경연구원 시험·검사성적서 등을 휴대폰으로 찍어 이 ‘짝퉁’ 공업용 마스크와 함께 마트 사업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유명 소셜커머스에서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마스크를 싹쓸이한 혐의(업무방해)로 20대 A씨(무직)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2월 초부터 지인 8명의 B소셜커머스 ID를 빌린 뒤 매크로를 돌려 마스크 9000개를 구매한 뒤 2배 가격을 받고 되팔았다.

경찰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 특별단속팀을 운영한 결과 5일까지 매점매석 행위 등과 관련한 151명(72건)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창고에 보관한 생산·판매·유통업자 89명(38건), 공무원의 현장 점검 방해 5명(3건), 판매량 신고의무 위반 29명(13건), 불량 마스크 판매 등 기타 유통질서 문란 행위 28명(18건)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제주=문정임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