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 선원 김모씨는 지난달 말 경남의 한 조선소에 입항한 뒤 배에서 한 발짝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배는 두 달여 전 중국 방문 이력이 있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선원들의 하선을 금지시켰다. 40일 넘게 걸리는 수리작업 동안 20명 남짓한 선원들은 모두 배에서 내릴 수 없다.
김씨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랜만에 모국에 들어왔는데 땅을 밟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증상이 없어도 상륙을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소연했다.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중국을 다녀온 선박의 선원들은 원칙적으로 상륙하지 못한다. 선사 측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만든 수칙으로 정부 차원의 제재는 아니다. 일부 선사는 검역 후 이상이 없으면 일시적인 외출을 허용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항해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 왔는데 상륙 금지 조치로 배 안에 갇혔다” “선원이 죄인인가”라는 불만 섞인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선박 격리를 지시한 선주들은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상익 협의회 정책개발팀장은 “선원의 안전과 물류 기능을 담보하고자 내린 조치”라며 “한국발 선박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되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선박 운항의 특수함을 고려했을 때 선사들이 자율적으로 상륙을 자제시키는 것은 일정 부분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