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방호복… 시도 때도 없는 출동… “더 힘든 사람들 있어” 119는 달린다

입력 2020-03-06 04:05
방역복을 입은 구급요원들이 5일 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광주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이송한 뒤 구급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광주는 대구 의료기관에서 수용 못 한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는 ‘병상 연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매일 오전 8시30분이 되면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 앞 주차장은 분주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송을 위해 모인 구급대원 220여명은 방호복을 입고 구급차에 시동을 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주소와 목적지가 적힌 쪽지가 건네지면 일제히 내달린다.

전남 담양소방서에서 파견 온 119구급대원 김현진(35) 소방교의 아침 일상이다. 대구에는 김 소방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온 220여명의 구급대원들이 격일로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업무에 투입된다. 그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방호복과 고글 때문에 습기도 차고 땀도 나 운전이 쉽지 않다”면서도 “더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모른 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8년 차 구급대원인 김 소방교의 임무는 확진자를 거점병원이나 집결지 등으로 이동시키는 일이다. 파견된 구급대원들은 주로 경증 확진자를 맡아 이송한다. 집 앞에 구급차를 주차하고 문을 열면 확진자가 스스로 탑승한 뒤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확진자들은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버스로 옮겨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중증 확진자는 대구의 구급대원들이 맡는다. 신재성(41) 소방위는 “중증 확진자들은 언제든 위독해질 수 있어 수시로 출동이 잡힌다”면서 “지난 2일에는 자정 넘어 퇴근했고 어제도 새벽까지 출동했다”고 말했다. 경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다른 지역까지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소방본부는 4일에만 확진자 470명을 옮겼다고 밝혔다.

이송 업무를 마치면 구급차 소독 작업이 기다린다. 소방복 위에 방호복까지 입은 채 구급차를 소독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김 소방교는 “얼굴 위는 고글, 아래는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은 채 소독을 하면 땀이 난다”면서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을 착용해야 해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은 대부분 대구 지역 숙박업소에서 지낸다. 감염을 우려해 쉬는 날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식사도 지정된 장소에서 해결한다. 다른 대원들과는 일부러 대화도 하지 않지만 전우애를 느낀다고 했다. 신 소방위는 “대구 일인데 팔 걷어 도와주러 온 분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119구급대원들만 병마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사설 이송업체들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수집 임무에 투입됐다. 공중보건의와 응급구조사, 운전기사가 팀을 이뤄 출동한다. 집집마다 방문해 검체를 채취하고 대상자를 보건소까지 실어 나른다. 대구 소재 응급이송업체 관계자는 “점심시간만 빼곤 계속 돌아다닌다고 보면 된다”며 “하루 20건 이상 처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윤태 송경모 김이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