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착용할 전신 방호복이 부족하다. 환자의 침방울이나 혈액이 튀는 걸 막아주는 필수 장비인 방호복은 의료진에게 생명줄과도 같다. 문제는 곧 재고가 바닥난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확진자가 쏟아지는 대구·경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도 방호복 재고량은 일주일 정도라고 한다. 방호복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물량이 모자라 공급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에는 물량이 남아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항공편이 줄어 이를 싣고 오기가 여의치 않다. 국내에도 방호복 생산업체가 있지만 생산 능력은 아직 미미하다. 시민들의 마스크 대란처럼 의료진의 방호복 대란이 현실화될 날도 머지않았다.
마스크 대란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정부는 5일 마스크 보급 대책을 내놓았다. 중복 구매 확인 전산 시스템을 활용해 공평하게 마스크를 분배하고, 수출을 금지해 국내 유통물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이제는 의료진의 방호복 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와 이에 따른 물량의 수요 공급을 정확히 예측해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물량이 있는 지역에서 방호복 등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도록 운송 수단을 늘려야 한다. 고육지책이지만 의료진도 환자 상태에 따라 방호복 착용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를 철저히 차단해야 할 중증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신 방호복까지는 필요 없다는 얘기가 감염내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방호복 착용 등 현재 정부의 방역 규정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사망자가 메르스 때의 39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아직도 매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얼마나 버텨야 할지 예측도 안 되는 상황이다. 전 국민이 불안 속에 지쳐가고 있다. 환자의 확산세와 병상시설, 의료진 방호복 수급 상황 등에 따라 메르스 때의 매뉴얼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코로나 매뉴얼을 짜야 할 시점이 왔다. 빠를수록 좋다.
[사설] 의료진 방호복 곧 바닥, 코로나 매뉴얼 새로 짜야
입력 2020-03-0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