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재능기부, 도울 수 있어 감사”

입력 2020-03-06 04:06
이미경씨는 자원봉사자 20여명과 함께 필터가 달린 면 마스크 2000개를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이미경씨 제공

“온 국민이 어려울 때 제 손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대란’ 극복을 위해 면 마스크 수천장을 직접 만들어 저소득층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경남 고성군의 섬유패션 강사 이미경(43)씨와 자원봉사자 20여명이다. 이들은 오는 9일까지 필터가 달린 면 마스크 2000개를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마스크 제작을 총괄하는 이씨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마스크 제작 봉사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고성군에서 지역주민 대상으로 12년간 강사로 일한 이씨는 고성군청의 제안을 받고 이 일을 시작했다.

봉사를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이씨는 자신이 직접 면 마스크를 만들어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이씨는 “마스크가 없어 일터에 못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100개를 만들어 거래처 사장님들에게 전달한 게 봉사의 시작이라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장사도 안 되는데 마스크도 못 쓴다는 소리를 들으니 속이 답답해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남 고성군의 섬유패션 강사 이미경씨. 이미경씨 제공

이씨가 수천장의 면 마스크를 제작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을 돕겠다고 나선 고성군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다. 이씨는 “수강생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이번 마스크 봉사를 같이하자고 제안했더니 ‘선생님아 나 잘 못해도 봉사해도 되나’라고 말하면서 참여하셨다”고 했다. 이씨는 “재봉틀로 직선박기만 할 줄 알면 된다”고 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을 독려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이씨와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는 것은 위험한 만큼 면 마스크 제작은 각자 집에서 이씨가 만든 13분짜리 영상을 보면서 진행된다. 마스크 원단과 재봉틀은 고성군청에서 제공한다. 영상 제작은 이씨의 두 자녀가 도왔다. 수천장의 마스크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씨는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이씨는 “잠도 거의 못 자고 말 그대로 시간을 ‘올인’해서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1분 1초가 아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성군에서 봉사가 마무리되면 통영시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재능 기부를 할 예정이다.

이씨는 자신의 봉사에 대해 “그저 나한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돼 평범한 일상이 하루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