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中보다 어려운 韓 의료진 도울 때”

입력 2020-03-07 06:39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전염병이 최대한 빨리 종식돼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국인 구성원들이 중국에 보내기 위해 구매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료물품을 전부 한국에 기부했다(사진). KAIST는 학내 중국인 커뮤니티가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며 250만원 상당의 의료물품을 기부해왔다고 5일 밝혔다.

KAIST 중국인 커뮤니티는 현재 학생 78명과 연구원 21명, 교수 6명 등 총 10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분투 중인 중국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27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단순 성금 전달보다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직접 기부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모금액으로 각종 의료물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배송을 기다리던 20여일 사이 한국의 상황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구매한 물품이 도착한 지난달 25일에는 급기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사태는 악화됐다.

KAIST 중국인 커뮤니티는 구매한 의료물품들을 중국에 보내는 것보다 한국에서 바로 활용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지난달 27일 교내 국제교원 및 학생지원팀에 메일을 보내 기부 의사를 밝혔다. 물품은 2일 학내 의료시설에 우선 전달됐다.

KAIST 클리닉은 방호모 180매, 의사용 방호모 1100매, 방호경 15개, 쉴드마스크 2세트, 방호복 57개 등 5가지 물품을 KAIST 중국인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대구시 사회재난과에 전달했다.

커뮤니티 대표인 KAIST 전산학부 석사과정 안궈위안씨는 “중국 속담 중에 ‘남에게 물 한 방울만큼의 은혜를 받으면 샘물 전체로 보답해야 한다(受人滴水之恩, 當涌泉相報)’는 말이 있다”며 “작은 성의지만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의료진을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전=전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