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음압병상 절대부족 “감염전문병원 서둘러 설립하자”

입력 2020-03-08 18:08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병상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 지역은 늘어나는 환자 수가 가용병상 한계치를 뛰어넘어 생활치료시설 활용을 시작했고, 경북, 부산, 광주 등 타 지역도 속속 추가 병상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환자들을 중증도에 따라 분류해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중등도 이상 환자만 입원 치료하도록 감염병대응지침을 전면 수정했다. 기존 감염병 환자 치료에 쓰이는 음압병상은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 위해 비워두도록 하고, 지역 공공병원을 통째로 비워 코로나19 환자만 받도록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병상은 한정돼 각 지역마다 추가 병상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국 공공·민간병원에서 운영 중인 전체 음압병상은 1077개. 이 중 국가지정음압병상은 198병상에 그친다. 지역별 음압병상을 살펴보면 ▲서울이 383병상 ▲경기 143병상 ▲인천 54병상 ▲부산 90병상 ▲경남 71병상 ▲대구 54병상 등이다. 코로나19 외에 다른 질환 환자의 치료에도 음압병상이 필요하다. 정부가 급히 코로나19 전담병원 및 생활치료시설을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병상 부족은 여전하다.

일찌감치 의료계에서는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메르스 백서’에는 감염병 대응 역량 개선책으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제시됐지만 지지부진했다.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고 조선대학교 병원은 준비단계다. 염호기 대한환자안전학회장(인제대 서울백병원)은 “일반 병원은 감염병 환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필요로 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염 회장은 “감염병 환자에 병원의 모든 역량을 쏟을 수 없고 한계도 있다”며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요청했음에도 그 요청을 무시해서 지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경북대병원)도 “지금껏 감염병 논란 때마다 감염병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태가 끝나면 동력이 떨어져 추진되지 않았다”면서 “반복되는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려면 감염병전문병원 설립해 인프라와 인력을 준비하고 연구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게 되면 진척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집중한 감염병전문병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