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지역사회·국가 아픔 세심히 살펴야 할 때”

입력 2020-03-06 00:03 수정 2020-03-08 13:55
코로나19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5일 경기도 성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판교에 모인 성남의 목회자들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황선욱(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공성훈(불꽃교회) 김병삼(만나교회) 김양재(우리들교회) 유기성(선한목자교회) 임학순(대원교회) 김영삼(금광교회) 최성은(지구촌교회) 목사.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성남의 교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이곳 8개 교회 목회자들은 5일 오전 경기도 성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판교에 모여 긴급구호금의 사용처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목회방안 등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목회자들은 신천지 탈퇴자들의 정통교회 정착을 돕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성남 지역 12개 교회는 총 3억6000만원을 모금해 성남시에 5000만원을 전달했다. 8개 교회 외에 갈보리교회(이웅조 목사)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샘물교회(채경락 목사)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도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교회 공동체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유기성=교회와 사회 사이에 간극이 컸다. 코로나19로 하나의 공동체라는 공감대가 확고해졌다. 사태 이후 교회의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여러 고민이 있다. 썰물 후 밀물이 온다. 온라인 예배를 마친 뒤 교회로 돌아오는 교인들을 돌보기 위한 목회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은 성숙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김병삼=성남 지역 교회들이 재난 극복을 위해 모였다. 교회공동체가 하나 돼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게 된 게 감사하다. 교회들이 고통 극복을 위해 힘을 모은 건 앞으로를 위해서도 큰 결실이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국가의 아픔을 세심히 살피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김영삼=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교인들이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당연히 드리는 것으로 알았던 예배를 교회에서 드리지 못하자 갈급함이 생겼다. 교인들이 영적으로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세심하게 교인들의 형편을 살피는 목회가 필요하다.

공성훈=‘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한 감정이 퍼진다는 의미다. 교회가 코로나19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야 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자. 평소 감사하지 못했던 삶도 회개하자.

황선욱=치유하는 하나님의 역사가 임하길 바라고 있다. 하나님이 반드시 코로나19를 치유하실 걸 믿는다. 지역공동체를 섬기고 예수 그리스도가 기뻐하시는 교회를 만들자. 지금처럼 어려울 때 이웃을 섬기는 게 교회의 사명이다. 고난 속에 주시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김양재=신앙인들이 걸어 다니는 성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성도들은 거듭나고 교회는 갱신하자. 우리나라의 빠른 안정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할 때다.

최성은=이웃에 대해 생각한다. 이 시간 성도들은 영적으로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예배가 살고 이웃의 형편을 돌아볼 수 있다. 신앙인의 본질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이다.

임학순=코로나19가 전염성은 높지만, 치사율이 낮다. 이런 재난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삶의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는 걸 느낀다.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있다.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살기 위해 준비된 마음으로 살아가자.

-긴급 모금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까.

김병삼=월세를 부담해야 하는 작은교회들의 사정이 어렵다. 대구뿐 아니라 성남의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지 않았어도 출석 교인이 급감했다. 월세 지원을 검토하자.

최성은=우리 교회도 교단 임원들과 함께 대구의 50명 미만 교회 리스트를 뽑았다. 월세 지원을 위해서다. 지원처는 분명할수록 좋다. 현재 국민과 대기업이 낸 수백억원의 코로나19 기금이 있지만, 집행하는 데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교인들이 모은 정성이 이렇게 묶여 있는 건 좋지 않다. 그런 면에서 월세 지원은 신속한 지원 방법 중 하나다.

유기성=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협력해 빠르게 월세를 지원하자. 사실 마스크 지원도 시급하다. 구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구할 수만 있다면 성금 중 일부는 대구 시민과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구입에 사용하면 좋겠다.

최성은=방역복 지원도 중요하다.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긴급히 지원하자. 교회 월세 지원과 동시에 진행하자.

-신천지 이탈자들에 대한 대책은 있나.

유기성=이들은 교회가 품어야 한다. 다만 연착륙해야 한다. 교인들과 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신천지 신도였다고 낙인찍으면 안 된다. 이탈자를 위한 교재를 만드는 것도 연구하자.

김양재=탈퇴자를 상담하는 기관이 전국에 15개쯤 있다. 이들과 협력해 상담과 교육과정을 만들자. 우리교회에서도 이단 담당하는 부목사가 신천지에 빠진 청년을 상담 끝에 되돌린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김병삼=공신력 있는 이탈자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8~12주 이수한 이들은 교우로 받아들이자. 이런 준비가 돼 있어야만 탈퇴자들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

황선욱=예배 때 결심을 권면하는 시간이 있다. 이럴 때 ‘교회로 돌아오신 신천지 신도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권해보자.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